조선시대 교방문화로 이름을 떨친 지역이 있다면 단연 평양과 진주를 들 수 있다. 북평양 남진주라고 불릴 만큼 교방문화가 발달했으니 음식에도 영향을 미침이 당연지사. 교방문화가 양반들이 주로 누릴 수 있었던 만큼 진주의 전통음식에는 그 옛날 양반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삼남의 중심지라 불렸던 진주 음식 탐방을 떠나본다.
일곱 색깔 꽃이 피는 칠보화반
진주비빔밥은 처음 봤을 때 다소 신기해 보이는 조합으로 나온다. 칠보화반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정갈하니 예쁘게 나오는 비빔밥의 모습도 그렇지만 시원하게 끓인 선짓국이 올라오는 것도 독특하다. 더욱이 고소하고도 과하지 않게 간이 된 색색의 나물들 가운데에는 붉은색 육회까지 올라가니 화반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절로 이해가 간다. 숙주와 고사리, 도라지, 청포묵 등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계절에 따라 그 나물도 조금씩은 변하니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달라질 터다.
실상 비빔밥이야 전국 각지 어디서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생활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에서 비빔밥이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음식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음식에 들이는 정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서 나온다. 하얀 쌀밥은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지머리 육수로 짓고 나물들은 한입 크기로 썰어 부들부들하게 무쳐 나온다. 억세지 않고 너무 길지도 않으니 먹으면서 체통을 흐트러트릴 일도 없다. 여기에 시원하게 끓인 선짓국을 한술 뜨면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공부할 때는 헛제사밥, 놀러나갈 때는 한정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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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의 음식문화가 짙게 남아있는 진주 음식문화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헛제삿밥과 한정식이다. 헛제삿밥은 보통 안동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림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인 진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삼색나물과 적, 세 가지 해산물로 끓인 탕 등을 하얀 쌀밥과 함께 먹으니 식량이 귀했던 그 당시로는 실로 호화로운 상차림이었던 것이다. 쌀이 귀했던 시절, 뽀얀 이밥을 드러내놓고 먹기 어색했던 유생들이 헛제사를 지낸 뒤 먹곤 했다니 지금으로 치자면 밤샘공부에 꼭 필요한 야참이었던 셈이다.
한편 이웃의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입으로나 눈으로나 실컷 즐길 수 있었던 상차림이 있었으니 바로 진주 교방에서 선보이던 연회음식이 그것이다. 비록 이름을 떨쳤던 진주 교방은 사라졌지만, 그 음식 문화는 진주 한정식이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경상남도의 교통중심지였던 만큼 산채와 육고기, 해산물이 규모있게 어우러지는 것이 진주한정식의 특징. 전복 김치나 가오리무침, 경상도식 육전 등이 다채롭게 올라와 궁중문화와 진주의 토산물이 합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본디 술과 함께 즐기는 안주 상이었던 만큼 따끈한 국물 요리가 많이 나왔다고 하나 지금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선주후면, 해물 육수로 맛보는 진주냉면
또 다른 교방음식의 명물로 놓치기 아쉬운 것이 진주냉면이다. 보통 냉면이라면 소고기와 동치미 등이 육수를 혼합해 쫄깃한 면발과 어우러진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주냉면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투명한 갈색빛이 도는 국물은 건홍합과 바지락, 멸치등으로 우려내 짭짤한 바다 맛이 난다. 그 위에 올려진 고명도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노랗게 올라간 계란지단하며 홍고추의 색채는 선명하고 잘게 잘려 올라간 육전은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여기에 메밀가루로 낸 면발이 어우러지니 그 모양새만으로도 냉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게 한다.
본디 냉면이야 그 자체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지만 이렇게 품새까지 신경 써서 나오는 데에는 진주냉면이 교방에서 해장 음식으로 많이 쓰였던 데에 있다. 선주후면의 식사법 그 당시에는 양반들이 즐기던 별식답게 전복, 해삼, 석이버섯 등이 올라가 비싼 몸값을 자랑했다고. 한편 지리산 근방에서 나는 메밀로만 만든 면발도 해장효과를 돕는 톡톡한 역할을 했다. 메밀에 많이 든 코린이라는 효소는 숙취해소에 좋고 루틴은 혈액순환을 도와주니 교방의 해장음식으로 자리잡았던 데도 그 나름의 영양적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일곱 색깔 진주 육회비빔밥, 구수한 육수가 특징인 진주 냉면을 맛보고 싶다면! 비옥한 토지를 가진 고장 진주로 떠나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8월 04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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